같은 회사를 다녔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는 2년이 걸렸습니다. 그 전에 우리의 대화는 주로 이런 식이었습니다.

유영(마케터): “서버가 죽었다고요? 광고비가 새고있어!!! 빨리 서버 살려내요!”
정봉(서버개발자): “허허허”

유영(마케터): (대략 노가다 중) 자동으로 되게 개발해주세요.
정봉(서버개발자): 허허허

처음에는 같은 한국어를 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대화가 헛돌았지만, 이야기하다보니 의외로 서로 비슷함을 발견해 나갔습니다.

회사일로 지쳐가던 유영님에게 나들이를 제안 했습니다.

정봉: 영님 & S님, 콘서트 가지 않을래요? 장소는 뚝섬이니까 (...대략 자세한 계획...) 완벽하죠!
S군: (...정봉님, 전 빠져드릴까요?)
정봉: (잔말말고 따라와요)

콘서트 테마는 “썸” 이었는데, 유영님은 “누가 이런데서 썸을 탄다는거에요! 최악이죠!” 라는 평을 남겼습니다...

하지만 그 후 점점 더 사이가 가까워져, 드디어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, 훗.

약 600일간 둘이서 놀고 먹고 울고 웃고 논쟁하며 한 방향을 향해 함께 걸어왔습니다.

그는 처음 사귈 때부터 “결혼” 이라는 이야기를 자주했는데, 예를 들면 “영님은 언제쯤 결혼할 생각이에요?” “영님 우리 같이 살려면 집 구하는 지역은 이쯤이어야겠죠?” 라는 식이었습니다.

그냥 하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듣다가 양평데이트를 가서 말을 타고 신나하는 그를 보고 '돈을 벌어서 그를 평생 말타게 해주리라'고 마음 먹었습니다.

유영: 2020년이 다가오던 때 서로 선물교환을 하기로 했습니다. 그는 요상하게 생긴 모빌을 안겨주며 2020년도 잘 부탁한다 이야기하고 다른 선물을 또 준비한게 있다며 반지를 꺼내와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.

“2020년 뿐만이 아니고, 앞으로도 평생 잘 부탁드려요. 저랑 결혼해주시겠어요?”

정봉: 그 후 전 프로포즈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나머지 인플루엔자에 걸려서 몸져 누웠습니다.